# 내가 읽은 책

윤이형「대니」

syeoni2 2021. 11. 9. 00:28

오늘 리뷰할 책은

윤이형 「러브 레플리카」 中
" 대니 " 라는 작품이다.


(나는) 그 일을 영원히 계속하죠.
오직 나를 위해서요.
그런데 할머니는 그렇지 않았어요.
할머니의 어떤 어려움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견디는 거죠. 그런 건?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알게 된 거예요.
다른 게 또 있어요.
할머니는 행복한 순간에도 견딜 때가 있었고,
견디는 순간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은
표정일 때가 있었어요.
저에게는 그게 의미가 있었어요.


- 「대니」 中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시화 되지 않는 노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PS4게임인
Detroit Become Human이 많이 생각났다.

그 게임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느끼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어쩌면
안드로이드'만으로' 살아야 하는 인생
그러나 누구 하나 칭찬해주지 않고, 하는게 당연한 삶
그것이 가사노동을 하는 분들의 입장 아닐까

오직 "나를 위해서"
이 말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다.

솔직히 가사노동을 하다보면
나를 위해서 한다는 느낌보다
남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느낌이 더 강한데,
안드로이드 '대니'는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었을수도

본인이 선택하지 못하는 삶.
이것을 과연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이들에게 '여성'이라는 성별을
부여하기조차 꺼려진다.

왜냐하면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와 같은 삶을 사는 인간)
는 성별이 없으니까.

사실 과장하여 말하면
소설 속 대니의 처지와 할머니의 처지는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어쩌면 할머니를 찾아가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오직 나를 위해서’ 해주는 대니의 삶이
그녀들보다 인간다울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대니를 처음엔 경계했지만,
자신을 위해 다가와 주는 존재에 대해 사랑
(어쩌면 사랑의 감정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지만)
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인간’에겐 이런 사랑의 감정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딸의 엄마이고, 사위의 장모님이며,
민우의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옷을 사고 싶어도
아이의 옷을 사주고,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내 아이가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하고,
내가 원하는 취미 하나 갖는 것보다
내 아이의 취미를 하나 만들어주면서
견디는 사람들

그러다가 불쑥불쑥 올라오는
내 정체성에 대한 생각들이 들 때면
그 순간도 잠시인 것처럼 아이가 부르고,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엄마라면 그래야지. ‘당연히’ 부모라면…
이라고 말하며 다시 그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당신들의 삶에서 만큼은 엄마, 부모가 아닌
당신들의 이름으로 존재하길 바라며.